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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크로스컨트리 선수 2명 '불소 왁스' 실격 — 왜 스키에 왁스를 바르고, 왜 불소 왁스는 금지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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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여자 스프린트 클래식 예선에서 이의진·한다솜 선수가 스키 장비의 불소 왁스 검출로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과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왁싱 과학, 그리고 불소 왁스 금지의 이유를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목차

     

무슨 일이 있었나?

2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스프린트 클래식 예선에서 한국의 이의진(25·부산광역시체육회)과 한다솜(32·경기도청) 선수가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실격 사유는 두 선수의 스키 바닥면(솔)에서 '불소 함유 왁스 또는 튜닝 제품(fluorinated wax or tuning product)' 성분이 검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선수의 도핑(금지 약물 복용)이 아닌 장비 규정 위반에 해당합니다.

예선에서 이의진은 70위, 한다솜은 74위를 기록해 상위 30명이 출전하는 본선에는 이미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불소 왁스 양성 반응으로 인해 올림픽 기록 자체가 박탈되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테스트 결과를 확인해 보니 불소가 없다고 했던 왁스 중 하나에서 불소 성분이 나왔다"며 "왁스 회사에 항의하고 스키를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선수만 적발된 것은 아닙니다. 2월 9일에는 일본 스노보드 선수 시바 마사키도 남자 평행대회전 예선에서 보드 바닥면의 불소 왁스가 검출되어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시바 선수는 SNS를 통해 "올림픽 기간 시간·동선 제약으로 평소 맡기던 전문가가 아닌 팀 코치에게 왁스 작업을 부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란?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눈 위의 자연 지형(오르막·내리막·평지)을 스키를 타고 달리는 종목입니다.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동계 스포츠'입니다.

두 가지 주법

주법 특징 속도

주법 특징 속도
클래식(Classic) 눈 위 트랙(홈)을 따라 스키를 평행으로 유지하며 전진. '스키를 신고 달리는' 동작 상대적으로 느림
프리스타일(Freestyle) 스케이팅처럼 스키를 V자로 벌려 좌우로 밀며 전진 빠르지만 체력 소모 큼

2026 밀라노-코르티나 크로스컨트리 종목 (남녀 각 6개, 총 12개 금메달)

종목 주법 출발 방식

종목 주법 출발 방식
10km+10km 스키애슬론 클래식 → 프리 동시 출발
스프린트 ⬅️ 실격 발생 종목 클래식 인터벌 → 토너먼트
10km 개인 프리 인터벌 출발
4×7.5km 릴레이 클래식+프리 동시 출발
팀 스프린트 프리 인터벌 → 토너먼트
50km 매스 스타트 클래식 동시 출발

이번 대회부터 사상 최초로 남녀 동일 거리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스키에 왜 왁스를 바르는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왁싱은 단순한 장비 관리가 아닌 경기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학 기술입니다. 왁스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먼저 스키와 눈의 물리적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스키가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원리

스키가 눈 위를 활주할 때, 스키 바닥과 눈 결정 사이의 마찰열로 극히 얇은 물의 막이 형성됩니다. 이 물의 막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 스키가 미끄러지는 것입니다. 왁스는 이 물의 막과 스키 바닥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하여 마찰을 줄이고 활주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 종류의 왁스

왁스 종류 역할 사용 종목

왁스 종류 역할 사용 종목
글라이드 왁스(Glide Wax) 스키 바닥의 마찰을 줄여 더 빠르게 미끄러지게 함 프리스타일: 스키 전체 / 클래식: 앞·뒤 부분
킥 왁스(Grip/Kick Wax) 눈과의 마찰력을 높여 뒤로 밀 때 추진력 확보 클래식 전용: 스키 중앙부(킥 존)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글라이드(활주)그립(접지)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 핵심입니다. 내리막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미끄러져야 하고, 오르막에서는 스키가 뒤로 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왁싱 기술입니다.

왁싱은 '숨은 승부처'

왁스의 선택과 도포는 당일의 눈 온도, 기온, 습도, 눈의 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결정됩니다. 같은 선수라도 왁싱에 따라 기록이 수 초에서 수십 초까지 차이날 수 있어, 각국 대표팀에는 전문 왁스 테크니션 팀이 별도로 운영됩니다. 노르웨이·스웨덴 같은 크로스컨트리 강국은 왁스 테크니션만 10명 이상을 대회에 대동하며, 경기 당일 새벽부터 수십 쌍의 스키에 각기 다른 왁스 조합을 테스트합니다.

 

 

불소 왁스란 무엇이고, 왜 그토록 강력했나?

불소 왁스의 등장

198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왁스 사업가가 화학회사 3M의 불소화합물 샘플을 스키에 적용해 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이전의 어떤 왁스보다 빠르게" 스키가 미끄러졌습니다. 이후 Swix, Toko 등 주요 왁스 회사들이 앞다투어 불소화합물을 도입했고, 1990년대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약 30년간 경쟁용 스키 왁스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왜 그렇게 효과적이었나?

불소 왁스의 핵심 성분은 PFAS(과불화화합물,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입니다.

PFAS의 가장 큰 특성은 소수성(hydrophobicity), 즉 물을 극도로 밀어내는 성질입니다. 원래 요트의 선체를 매끄럽게 하기 위해 사용되던 기술을 스키에 응용한 것입니다. 스키가 눈 위를 달릴 때 마찰열로 생기는 물의 막을 효과적으로 밀어내어 마찰력을 극도로 줄이고 활주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줍니다. 특히 눈이 녹기 시작하는 0도 전후의 습한 조건에서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불소 왁스 없이 경기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캐나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캐서린 스튜어트-존스는 "불소 왁스 없이 경기를 뛰면 경쟁 자체가 안 됐다. 스키에서 날 수 있는 속도의 차이가 정말 터무니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왜 불소 왁스가 금지되었나?

불소 왁스가 금지된 이유는 크게 환경 오염건강 위험 두 가지입니다.

1. '영원한 화학물질' — 환경 오염

PFAS는 'forever chemicals(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립니다. 자연 상태에서 사실상 분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키에 바른 불소 왁스는 경기 중 눈과의 마찰로 벗겨져 설면에 잔류하고, 눈이 녹으면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듭니다.

실제로 스키 경기장 주변의 토양, 지표수, 지하수, 심지어 소형 포유류에서까지 높은 PFAS 농도가 확인되었습니다.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는 스키 경기장 인근 지하수에서 PFAS가 검출되어 2023년 불소 왁스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첫해에만 약 270kg 이상의 불소 왁스가 수거되었습니다.

2. 왁스 테크니션과 선수의 건강 위험

불소 왁스를 스키에 도포할 때는 뜨거운 다리미(hot iron)로 녹여 바르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소화합물이 기화되어 독성 흄(fume)이 발생합니다. 환기가 부족한 왁싱실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왁스 테크니션들은 일반인 대비 45~50배 높은 혈중 PFAS 농도가 측정되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PFAS는 다음과 같은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암 발생 위험 증가 (특히 신장암, 고환암)
  • 간 및 신장 기능 장애
  • 갑상선 호르몬 교란
  • 면역 기능 저하 (백신 반응 감소)
  •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 출산율 저하 및 태아 발달 장애
  • 어린이 성장 발달 지연

동계 스포츠가 환경을 지키는 스포츠여야 한다는 공감대도 금지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겨울 스포츠인 만큼 깨끗한 눈과 자연환경이 종목의 존속 자체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3. 공정 경쟁의 문제

고성능 불소 왁스는 매우 고가였습니다. 불소 함유량이 높은 프리미엄 왁스는 일반 왁스의 수십 배 가격이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도포하려면 전문 장비와 테크니션이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팀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스포츠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금지의 역사와 검사 방법

금지까지의 과정

시기 내용
1980년대 후반 불소 왁스 스키 종목 도입, 급속히 보급
2016년 미국 TSCA(독성물질관리법) 개정으로 스키 왁스 내 PFAS 문제 본격 공론화
2019년 FIS(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 불소 왁스 사용 금지 예고
2020~2022년 현장 검사 기술 미비로 금지 시행 수차례 연기
2021-22 시즌 C8 불소화합물(PFOA 계열) 우선 금지
2023-24 시즌 모든 불소 왁스 전면 금지 시행 (FIS·IBU 동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불소 왁스 금지 후 첫 올림픽

어떻게 검사하나? — 적외선 분광법

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한 핵심은 휴대용 적외선 분광(FT-IR) 장비의 개발이었습니다. Bruker사의 'ALPHA II' 분석기가 사용됩니다.

검사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피니시 라인 인근 테스트 구역에서 스키를 검사
  2. 스키 바닥면 여러 지점에 적외선을 조사하여 불소화합물 고유의 적외선 흡수 패턴을 분석
  3. 각 측정 지점의 흡광도가 1.0 단위 이하면 음성(통과), 초과하면 양성(적발)
  4. 3개 지점에서 모두 양성이 나오면 실격 처리
  5. 전체 검사 소요 시간: 스키 1대당 약 30초

과거에는 실험실 정밀 분석이 필요해 현장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 휴대용 장비 덕분에 경기장에서 즉각적인 단속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왜 적발되었나?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의도적인 규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불소가 없다고 표시된 왁스 제품 중 하나에서 불소 성분이 나왔다"는 것이 공식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 왁스 제품 자체의 오염: '불소 프리'로 표기된 제품에 미량의 불소가 잔류하는 경우
  • 장비 및 도구의 교차 오염: 과거 불소 왁스를 사용했던 다리미, 브러시, 작업대에 불소가 잔류하다가 새 왁스에 전이되는 경우
  • 스키 바닥면의 잔류 오염: 과거 불소 왁스를 도포했던 스키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성분이 남아 검출되는 경우

FIS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매 대회에서 **사전 테스트(pre-test)**를 제공하여 팀들이 미리 장비를 점검하고 오염된 도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FIS의 불소 관리 담당관 아우구스토 질리오는 "우리의 임무는 규칙을 따르는 선수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에서 양성이 나오면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실격 처리가 원칙입니다. 이는 불소 왁스가 아무리 미량이라도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불소 왁스로 실격 처리된 사례는 한국 선수들만이 아닙니다.

날짜 선수 국적 종목 상황
2월 9일 시바 마사키 🇯🇵 일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예선 1차 후 보드 바닥에서 검출, 실격
2월 10일 이의진 🇰🇷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예선 후 스키에서 검출, 실격
2월 10일 한다솜 🇰🇷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예선 후 스키에서 검출, 실격

2023-24 시즌 불소 왁스 전면 금지 첫 시즌에도 월드컵 곳곳에서 적발 사례가 있었으며, FIS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검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불소 왁스 금지 후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엄격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불소 왁스 이후의 왁싱 기술

불소 왁스가 금지된 이후, 각 왁스 회사들은 비불소(fluoro-free) 대체 왁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탄화수소(hydrocarbon) 기반 왁스: 수소와 탄소의 긴 사슬 구조를 활용하여 활주력 확보
  • 천연 오일 및 수지 첨가제: 환경 친화적 소재로 성능 보완
  • 나노 기술 응용: 스키 바닥면의 미세 구조를 최적화하여 마찰 저감

초기에는 비불소 왁스의 성능이 불소 왁스에 크게 못 미쳤지만, 기술 발전으로 그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스키협회의 왁스 테크니션 크누트 니스타드는 "전환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불소 왁스 금지가 경쟁의 공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최고급 불소 왁스를 확보할 수 있는 부유한 팀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는 순수한 왁싱 기술과 눈 분석 능력의 싸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은 경기와 시청 안내

한국 크로스컨트리 팀은 이번 실격 이후 스키를 교체하고 왁스를 철저히 점검한 뒤 남은 종목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대회 마지막 날인 2월 22일까지 계속됩니다.

날짜 종목 한국시간
2월 12일(목) 여자 10km 프리스타일 🏅 21:00
2월 13일(금) 남자 10km 프리스타일 🏅 19:45
2월 14일(토) 여자 4×7.5km 릴레이 🏅 20:00
2월 15일(일) 남자 4×7.5km 릴레이 🏅 20:00
2월 18일(수) 팀 스프린트 프리 (남녀) 🏅 17:45~
2월 21일(토) 남자 50km 매스 스타트 클래식 🏅 19:00
2월 22일(일) 여자 50km 매스 스타트 클래식 🏅 18:00

한국에서의 올림픽 중계는 JTBC가 독점 방송합니다.

 

 

마치며

이번 불소 왁스 실격 사건은 안타깝지만, 더 큰 맥락에서 보면 동계 스포츠가 환경 보호와 선수 건강, 경쟁의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영원한 화학물질'이 설원을 오염시키는 시대는 끝났고, 깨끗한 눈 위에서 순수한 실력으로 승부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의진·한다솜 선수가 남은 종목에서 장비를 정비하고 다시 힘차게 설원을 달릴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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